하울링의 발생 원리와 이퀄라이저의 사용법 및, 본래 기능인 룸 이퀄라이제이션에 대해 소개하고, 테스트용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와 핑크 노이트(Ping Noise)를 소개 한다. 또한 dbx-2215 Graphic Equalizer를 예로, GEQ의 조작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마이크가 연결된 음향 시스템의 볼륨을 키우면 스피커에서 삐이익~! 아니면 우어엉~!!! 하는 굉음이 나는 것. 다들 한 번 씩은 들어 왔을 것이다. 이런 소리가 나면 마이크를 잡고 있던 사람은 당황에서 마이크를 허우적 거리고, 객석은 열에 여덟은 귀를 막고 나머지 둘은 인상을 찡그린다. 그리고 가끔은 음향 엔지니어를 원망 섞인 눈으로 흘겨 본다. ‘똑바로 안 하냐?’라는 메시지를 담고.. 하울링(Howling - 울부짖음) 또는 피드백(Feedback - 되먹임), 또는 ‘야! 피크(Peak) 뜬다!’ 라고 하는 이 현상은, 음향 엔지니어들이 가장 겪기 싫어하는 현상이다. 욕도 욕이지만, 자칫하면 장비 손상까지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대부분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스테이지의 메인 마이크 볼륨부터 줄이고 본다.
하울링이 일어나는 원인
사실, 그 원리를 생각해 보면 하울링 보다는 피드백이라고 하는게 더 옳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뜻만 통하면 되지. 이 하울링은 간단히 말해서 소리가 너무 커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가장 간단한 음향 시스템을 상상해 보자. 마이크 하나와 스피커가 하나가 있는 작은 교실이다. 강사는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마이크의 소리는 앰프로 들어가 증폭되어 스피커를 울린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출력된 신호의 일부는 다시 마이크를 향해 들어 가게 된다. 그런데 음향시스템의 증폭도(볼륨)을 올리면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소리가 커지게 된다. 다시 마이크로 들어가는 소리의 양도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증폭도가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스피커를 통해 마이크로 들어가는 소리가 스스로 계속 커지게 된다. 이렇게 음향시스템으로 되돌아온 소리가 스스로 증폭되기 시작해서 마구마구 커지는 증상이 바로 하울링이다. 그런데 이 하울링이 일어날 때 잘 들어보면 하울링 소리가 항상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때는 고음역에서 귀가 찢어지게 삐이익~! 거리고, 어느 때는 저음이 건물을 무너트릴 것 처럼 우우아아앙~~! 거리고, 어떨 때는 왜애애앵~!! 거린다.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특정한 주파수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룸 이퀄라이제이션(Room Equalization)
10회에서 음원은 고유의 배음 성분을 가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음향 시스템이 사용되는 공간 (방 이든, 홀 이든, 교실 이든..) 역시 고유의 음향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크기와 형태, 마감재, 관객의 수, 날씨 등에 영향을 받는다. 음향 엔지니어가 스피커를 통해 출력하는 소리 (또는, 헤드폰으로 듣는 모니터 소리) 가 실제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아래의 그림을 보자
첫번째 그림의 소리는 화이트 노이즈 (백색잡음 – White noise) 라고 한다. 모든 색의 빛이 섞이면 백색으로 보이는 것과 같이, 모든 주파수 대역의 레벨의 크기가 일정한 소리다. 그 아래의 그림은, 어떤 공간에서 실제로 들리는 화이트 노이즈의 예이다. 잘 보면, 실제 공간의 소리가 음원에 비해서 1Khz가 강조(boots), 10Khz 감쇄(reduce) 된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공간에서 화이트 노이즈를 재생한다고 하면, 스피커에서는 모든 주파수 대역에서 동일한 레벨이 출력 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의 특성에 따른 감쇠와 증폭을 거쳐, 공간에 울리는 소리는 오른쪽 그림과 같이 다르게 왜곡된다. 이러한 공간에서, 마이크가 작다고 볼륨을 올리면? 전체 레벨이 위로 올라가다가 붉은 색으로 표시 된 피드백 문턱 값 (threshold) 에 가장 먼저 닿는 1Kh 영역에서 하울링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을 무시하고 레벨을 더 올리면, 더 많은 영역에서 하울링이 발생한다.
혹은, 어떤 공간의 저음역 특성이 좋지 않아, 잘 들리지 않는다면, 저음역 음원들의 볼륨을 올려댈 것인데, 올려 대다가 고음역부터 하울링이 발생할 것이다. 더 나아가, 공간의 음향 특성이 심하게 안 좋을 경우에는 아무리 믹서에서 예쁘게 소리를 만들어 봤자, 실제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는 차이가 나게 된다. 이럴 경우, 문제가 생기는 주파수 대역만 제어하거나, 믹서의 출력과 실제 공간의 음향 왜곡을 보정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효과 적일 것이다. 만약, 위의 1Kh 영역처럼 혼자 툭 튀어나온 대역만 깎을 수 있다면, 출력 볼륨을 키울 수 있는 여유 (이를 헤드룸 Headroom 이라고 한다.) 가 더 많아질 것이며, 실제 공간과 엔지니어가 듣는 소리의 차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전반적인 공간의 음향 특성에 대응하여 음향시스템의 출력 특성을 조절하는 것을 ‘룸 이퀄라이제이션(Room Equalization)’ 또는 ‘룸 튜닝(Room Tuning)’ 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통상 사용하는 장비가 바로, 그래픽 이퀄라이저이다.
그래픽 이퀄라이저의 사용법
그래픽 이퀄라이저는 보통 믹서의 최종 출력과 파워 앰프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주파수별로 레벨을 설정할 수 있는 슬라이더가 붙어 있는 형태로, 직관적으로 설정 할 수 있다. 어떻게 사용하는 장비인지, dbx-2215를 가지고 한번 알아보겠다. dbx-2215는 15밴드 2채널 이퀄라이저로, 15밴드라 함은 15대역의 주파수를 설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에도 반으로 잘라서 하나씩 알아 보도록 하자.
주파수 슬라이더
그래픽 이퀄라이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위에는 각 슬라이더가 담당하는 주파수가 적혀 있다. 이 슬라이더를 위로 올리거나 아래로 내려서 해당 주파수 성분을 강조 (Boost) 하거나 감쇄 (Cut) 할 수 있다. 6dB 가감 모드 또는 15dB 가감 모드로 동작하며, 동작 모드는 옆에 있는 ‘RANGE’ 버튼을 이용해 선택할 수 있다.
LOWCUT
저음역대 주파수를 제거하는 필터이다. dbx-2215는 40Hz 아래의 주파수를 18dB 감쇄 시킨다. 일반적으로 해당 대역은 초 저역대의 주파수로, 라이브 현장에서는 쓸 일이 거의 없는 주파수 대역이다. 저역대의 공진 현상들을 막기 위해서 사용하며, 상황에 따라 맞게 선택하면 되겠다.
EQ BYPASS
이 스위치는 EQ에 들어온 소리를 바로 출력으로 내보내겠다는 이야기다. 장비에 따라 다르나, dbx-2215의 경우, 주파수 슬라이더 부분을 통과 시키고 나머지 기능들의 효과는 적용 된다.
INPUT GAIN
믹서의 게인과 동일하다. 입력되는 신호의 레벨을 조정하는 놉이다.
PeakPlus Threshold
이건 dbx EQ의 고유 기능으로, 입력신호가 과도하게 커질 경우 (즉, 갑자기 피크가 뜨거나 해서 하울링이 날 경우) 입력 신호를 줄여주는 일종의 컴프레서 역할을 한다. 동작할 레벨을 선택할 수 있다. Gain Reduction LED를 통해, 동작 여부와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룸 튜닝의 방법
이렇게 하울링이 발생하는 원인과,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음향 특성들, 그래픽 이퀄라이저의 사용 방법에 대해서 알아 보았다. 그럼 이것들을 도대체 어떻게 써 먹어야 할 것인가? 필자 팁 방출 하겠다.
RTA와 노이즈
가장 정석 적인 (그리고 비싼) 방법이다. 앞서서, 화이트 노이즈는 모든 주파수의 레벨이 동일한 소리라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화이트 노이즈는 사람이 듣기에 저음역 소리가 부족하게 들린다. 이는 사람의 청감 특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이를 감안하여 모든 소리가 균등하게 들리는 것 처럼 주파수 레벨을 배치한 신호를 사용한다. 이를 ‘핑크 노이즈’ 라고 부른다.
위에서 본 화이트 노이즈와는 다르게, 고음역으로 갈수록 레벨이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노이즈는 사람이 들을 때 저음역부터 고음역까지 고르게 들리는 소리이다. 이 노이즈들을 믹서를 통해 출력하고, RTA Analyzer 장비로 확인하면, 실제 출력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요즘에는 핸드폰 어플도 많다) 그리고, 이 RTA 화면을 보면서 원래의 모양을 이퀄라이저로 만들어 주면 된다.
인위적인 피드백
마이크를 하나 두고, 사람에게 계속해서 말을 하라고 시킨다. 그리고 볼륨을 서서히 올린다. 어느 순간 잉~~ 하면서 목소리 끝에 피드백이 걸리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피드백이 걸리는 주파수를 ‘귀로 듣고’ 이퀄라이저에서 줄여준다. 그리고, 이 작업을 모든 주파수가 동시에 피드백이 걸릴 때 까지 반복한다.
Boost 보다는 Cut
우리가 흔히 음향장비를 조작하면서 저지르는 실수는, 어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그 소리를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반복되다 보면 시끄럽기만 한 소음이 만들어지는 것을 우리 모두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음향 장비의 조작. 그 중에서 이퀄라이저의 조작은 기본적으로 Boost 가 아닌 Cut이다. 잘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다면, (이미 레벨은 충분 하다는 전제 하에) 나머지 소리를 줄여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Boost 위주의 조작은, 결국 전체 시스템의 출력 레벨을 상승시키고, 다이나믹에 대한 마진과 피드백 가능성을 올리게 된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이퀄라이저에 대해 기대했던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먼저 한 이유는, 이퀄라이저의 본래 역할이 ‘(원래의 소리와) 같게 만든다’는 것과 왜 Boost 위주의 운영을 자제해야 하는지 얘기하고 싶어서 이다. 여러분이 기대했을 ‘Tone Control’을 위한 EQ에 대한 내용은 다음장에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