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EQ > 예쁜 톤은 EQ로 만드는 것. Tone Controller - 초보의 초보 음향 공개 강좌

톤 컨트롤러(Tone Controller)로의 이퀄라이저의 사용과 주파수 성분과 톤의 관계, 톤을 잡는 몇몇 예에 대해 설명한다.

톤(Tone) 이란?

우리는 톤(Tone)이라는 표현을 일상 생활에서 많이 사용한다. 톤이 어두워, 톤이 이상해, 톤이 너무 밝아, 톤을 좀 낮춰봐, 등등.. 과연 톤이란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뭔가 모를 땐 일단 사전 부터 찾아보고 시작 하는 게 좋다. 표준국어대사전과 옥스포드 영어사전에서 톤을 찾아보니 이런 뜻이 있다고 한다.

  •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기분, 격조, 분위기나 어조
  • 음악에서 악기가 내는 일정한 높이의 음
  • 미술에서 색의 강약 또는 짙거나 옅은 정도, 농담이나 명암

마지막 정의야 대놓고 미술이라고 했으니 넘어가고 ( 하지만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마음속으로 형상화해 보는 것 - 필자는 이를 소리를 그려보는 것이라 칭한다 - 또한 음향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훈련이다.), 음향 엔지니어는 첫번째와 두번째 톤에 대해서 모두 익숙하게, 그리고 상황에 따라 어느 것을 의미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하겠다.

음악에서 악기가 내는 일정한 높이의 음

이 의미의 톤은 순수히 음의 높낮음을 의미한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악기의 높낮이를 얘기 할 때는 톤보다는 피치(Pitch)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실무 현장에서 톤이라고 하면 같이 특정한 시험이나, 장비의 조정을 위해 사용하는 정현파나 노이즈 (핑크노이즈, 화이트노이즈 등) 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 흔히 '1KHz 톤을 쏴 보자' 라든가, '테스트 톤 쏴 주세요' 와 같은 식으로 사용한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톤이라 하면, 대부분 이 의미일 것이다. 밝음, 어두움, 답답함, 깔끔함, 칙칙함, 높음, 낮음, 강함, 약함, 등등등.. 우리가 일상 적으로 사용하는 거의 모든 형용사를 다 같다 붙일 수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애매모호한 말. 그리고 우리는, 무대와 객석, 그리고 음향엔지니어인 내가 먼저 만족할 만한 '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주파수와 톤의 관계

앞의 강좌들을 잘 읽어온 독자라면, 어떤 소리는 그 소리의 주된 소리(근음)와 특징적인 주변음(배음)으로 구성된 다는 것을 기억 할 것이다. 주파수와 톤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잠깐 초등학교때로 기억을 돌려보자. 미술시간에 찰흙을 가지고 조소작품을 만든 경험들이 한 번 정도는 있을 것이다. 조소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뼈대를 철사로 만들어 그 형태를 잡아주고, 그 위에 찰흙을 덮어 살을 붙여주고 다 마르면, 색을 칠하고(화장) 강조할 세세한 부분을 다듬었다.

조소 조형물의 예 by Microsoft Copilit
조소 조형물의 예 by Microsoft Copilot

소리의 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조소 작품에 연관 지어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음역(MF : Middle Frequency) - 명료함

중음역대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 보고자 한다. 사람, 혹은 장비마다 '중음역'이라 하는 대역에는 차이가 있으나, 보통 400Hz 에서 6,000Hz 대역을 중음역대라고 부른다. 이 주파수의 대역은 소리에 있어 의 역할을 하며, 명료함을 담당한다. 중음역대가 약할 경우, 주위의 다른 음원들에 소리가 섞이거나 묻히게 되어 그 존재감이 사라지게 된다. 반대로, 과도하게 강조 (boost)할 경우에는 마치 뼈가 살을 뚫고 나온 것 처럼, 음원이 뼈로 때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약간의 조정만으로도 음원의 명료도에 영향을 끼치기에, 음향 엔지니어의 실력이 적나라 하게 드러나는 대역이다.

지나치게 강조되었을 경우

  • 코맹맹이 소리, 전화기 소리 같다.
  • 소리가 너무 세다, 강하다, 땅땅(땡땡) 거린다
  • 거칠다, 거슬린다.

반대로 너무 컷 할 경우

  • (특히 악기 연주자들의 모니터에) 소리가 안 들린다.
  • 저 멀리서 들리는 소리 같다. 엣지가 없다.
  • (특히 육성 - 스피치 또는 보컬 - 의 경우) 뭐라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컷의 대상이 된다. 그래픽 이퀄라이저는 대부분 V자 형태로 셋팅 하는 것을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연주자들 중에는 (개중에는 중견 연주자들도 있다) 'GEQ가 있으면 그냥 V자 만들면 된다' 라고 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기억할 것은, 중음은 뼈대다. 아무리 덮고 꾸미고 한들, 그 기본인 뼈대가 약하다면 좋은 소리라 말할 수 없다.

저음역(LF : Low Frequency) - 풍부함

보통 400Hz 이하의 소리를 저음역 대라고 부른다. 이 주파수 대역은 소리의 따스함, 부드러움, 풍부함, 차분함을 담당한다. 음원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소리를 듣는 다기 보다는 진동으로 느껴지는 초저음역(VLF : 통상 60Hz 미만) 으로 내려 갈 수록 경향이 강해진다. 왜 이런 소리 있잖아.. '영혼을 울리는 저음' 이런 말..

과도하게 강조할 경우

  • 울린다. 쿵쿵거린다. 웅웅거린다.
  • 무겁다. 답답하다

반대로 과하게 컷 할 경우

  • 빈약하다. 메마르다.
  • 힘이 없다

와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저음역이 강조된 음원의 느낌은 심야의 라디오를 들으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심야 라디오를 진행하는 진행자의 음성을 들어보면, 진행자의 목소리 톤을 부드럽고 낮게 유지하는 것에 더하여, 전체적인 소리 또한 의도적으로 저음이 상당히 강조된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고음역(HF : High Frequency) - 화려함

보통 6000Hz 이상의 소리는 고음역대로 불린다. 이 주파수 대역은 소리의 경쾌함, 맑고 밝은 느낌, 시원한 느낌의 영향을 준다. 16Khz 이상의 대역은 소리로 들린다기 보다는 머리를 간지럽히는 듯한 기분의 느낌 또는, 머리를 옥죄이는 느낌으로 느껴 지기도 한다.

과도하게 강조할 경우

  • 빈약하다. 힘이 없다. 얇다. 날아다닌다.
  • 머리 속을 긁어댄다. 날카롭다. 거슬린다.

반대로 과하게 컷 할 경우

  • 답답하다. 뻗어 나가지 않는다.
  • 갇혀 있다. 상자속에 있는 것 같다.

와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주파수와 톤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본 필자, 계속해서 '~와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라는 표현을 썼다. 일반적인 청중들과 연주자들은 '저음을 깎아 주세요'와 같은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그네들의 느낌을 바탕으로 EQ를 조절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음향 엔지니어라면, 이러한 표현을 들었을 때 그네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여 소리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말한 주파수와 톤의 관계를 정리해 보자면 대략 이런 표 정도로 만들 수 있겠다.

조소 음역 주파수 일반적인 표현
저음역 400Hz 이하 풍부, 힘
뼈대 중음역 400Hz ~ 6KHz 단단, 명료
화장 고음역 6KHz 이상 가벼움, 얇음

톤을 잡는 몇가지 상황의 예

앞서 다이나믹 프로세서를 설명하면서, 다이나믹 프로세서를 사용했을 때 만일 원음보다 소리가 이상해진다면? 결론부터 말해 잘못된 조정이다. 라는 말을 한 바 있다. EQ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EQ를 건드렸다. 헌데, 소리가 더 못 나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못된 조정이다. 대부분의 음원들은 각자의 고유한 음색(톤)이 있으며, 대부분은 별도의 조정을 거치지 않고 출력하는 것이 좋다. 특히,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음원의 경우에는 구태여 EQ를 건드릴 일이 별로 없다. 다만, 다른 음원들과 부딪힌다거나, 마이크의 위치 또는 특성으로 톤을 조정해 주어야 할 때가 있다.

육성(사람의 목소리)의 경우

육성의 경우, 기본이 되는 것은 '명료도'이다. 기본적으로 발음의 구분이 명확하게 들리도록 해 주어야 하며, 마이크 사용자의 건강상태에 따른 톤의 변화에도 대응해 주어야 한다. 예를들어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고 치자. 목소리가 갈라져서 쇳소리가 나는 사람이라면 중음역 대를 좀 컷해주어 귀에 거슬리지 않도록 해 준다거나, 코맹맹이 소리가 날 경우 중저음대 영역을 컷 해주어 명료도를 올려주어야 한다. 사용자의 마이크 사용 습관 역시 고려해 주어야 한다. 마이크와 음원의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저음이 강조되는 현상이 있다. 이를 근접효과라고 하는데, 마이크를 입에 딱 붙여서 사용하는 경우와 거리를 두고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전자는 과도하게 저음이 강조되고, 후자는 반대로 저음이 부족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수음하는 컨텐츠가 스피치(연설/강의 등)인지, 보컬(음악)인지에 따라 너무 주위 음원과의 조화로운 톤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악기의 경우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마이크를 적절한 방향으로 설치해 두었다면, 보통 EQ를 건들 일이 없다. 필자의 경우, 악기 마이크에서 EQ를 잡는 것은 크게 두가지 목적이 있는데, 오버톤을 잡거나 불필요한 대역의 소리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오버톤의 경우, 악기의 조율이 잘못되어 있거나, 마이크 위치의 선정이 잘못되었을 때 발생한다. 특히 좁은 공간에 수많은 마이크들이 모이게 되는 드럼에서 종종 발생한다. 드럼의 북을 때렸을때, 분명 그냥 귀로 듣기에는 평범한 드럼 소리인데, 마이크를 통해 들으면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길게 이어질 때가 있다. 링잉(Ringing)이라고 하는 현상으로, 드럼 헤드(북 표면)을 때렸을때 발생하는 과도한 서스테인이 그 원인이다. 또는, 바이올린의 활이 현을 마찰시키는 소리가 너무 강조되어 들리는 경우도 있다. 해당 주파수 대역을 컷 해주어 톤을 잡아 주어야 한다.

반면, 해당 마이크에서 불필요한 소리를 차단하여 다른 음원의 불필요한 소리가 더해져서 톤을 어지럽히는 것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 예를들어 드럼 심벌의 경우, 심벌의 소리를 수음하는데에 있어 100Hz 와 같은 저음역의 소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킥 드럼의 마이크에서 7Khz 와 같은 고음역대의 소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대역을 EQ를 이용해 컷 해주어 각 음원의 선명도를 올려줄 수 있다. (앞서 설명한 Band Pass Filter의 역할이다)

여러 악기가 함께 연주되는 상황에서 소심한 오보에 주자의 솔로 부분이 있다고 치자. 여러 다른 악기들의 소리에 잡아먹히기에 딱 알맞은 상황이다. 오보에의 중음역대를 좀 더 강조해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 줄 수 있도록 톤을 조정해 줄 수 있으며,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호른과 트럼펫이 각자 따로 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약간의 톤 다운을 통해 함께 뻗어나가는 소리로 만들어 줄 수 있다.

EQ는 최후의 보루

사실, 제목에서 예쁜 톤은 EQ로 잡는다고 말 했고, 이 글은 EQ에 대한 글이긴 하지만, EQ는 톤을 잡는 최후의 방법이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쁜 톤은 수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음원의 특성, 마이크의 특성, 설치 위치 각도 방향, 케이블의 상태 등에 따라 음원의 톤은 변화하고 열화 된다. 필자는 EQ는 앞의 방법들만 가지고는 답이 없을 경우에 살짝 사용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생각한다. EQ는 너무나도 강력하고 즉각적인 톤 제어 도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 사용했을 때에 소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나타난다. 평소에 내가 어떤 주파수를 건드리면 느낌이 어떻게 변한다 라는 것을 계속해서 들어보기 바란다. 음악을 틀어놓고 전체적인 EQ를 조절해 가며 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멀티트랙 재생이 가능한 도구에서 각 음원별로 EQ를 조절해 가며 다른 음원들과의 조화로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느껴볼 것을 추천한다. 또한 뉴스나 선거 유세 음원 같은 것들을 구해서 EQ를 조정해 보며 육성의 톤이 변화하는 것도 느껴본 것을 추천한다.

자! 이제까지 음향시스템의 [입력]-[가공]-[출력] 중, 가공에 대한 이야기 까지 마쳤다. 사실, 소리를 예쁘게 다듬고 만드는 [가공] 단계에는 믹서와 다이나믹 프로세서, EQ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너무 방대한 내용이 되기에 (뭐, 이제까지 쓴 것들도 마찬가지이긴 하다만) 여기서 마무리 하고, 다음 회 부터는 마지막 단계인 [출력]부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파워앰프와 스피커,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마지막까지 화이팅!

뱀발

처음 초보의 초보 음향공강을 쓰고, 20년만에 EQ에 대한 부분을 작성했다. 그릴 것은 너무 많은데, 하얀 좋이가 너무 작았다는 노랫말 처럼, EQ에 대해 나누고 싶은 것들은 머리속에 하나 가득인데, 그것을 풀어내고 정리해서 나누는데에 있어서는 필자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처절하게 느꼈다. 다만 EQ란게 원래 이런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본 필자 더 이상 바랄 바가 없다. 중요도에 비해서, 너무나도 부족한 글을 읽어준 독자 제위에게, 그리고 (혹 본다면) 20년 만에 이 글을 다시 찾아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